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한지 , 정확히 일년이 지났다.
사수없이 곧바로, 더 어린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은 큰 모험이었다.
전 회사도 꽤 재미있고 개인적으로 배울 것이 많았었지만,
시나리오 기반 어드벤쳐라는 장르의 특성상, 앞으로 사업이 크게 성장해도, 동료 개발자를 많이 접하기엔 힘들 것이라 판단했다.
거기에 8 개월 정도 되자, 별 다른 특별히 난이도 높은 업무가 등장하지 않아서 사수없는 개발자로서 조바심이 났었다.
허나 ,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는 절대로 낙원이 없는 법이다.
일년의 아마츄어 게임 개발자로 푼돈을 벌고,
사수없는 주니어 개발자로 8 개월 일한 상태에서
체계가 잡히지 않은 신생 개발사의 유일한 개발자로 존재하는 것은 쉽지는 않았다.
막 매출이 나기 시작한 스타트업 답게,
이전의 미래의 생산성과 성능을 담보삼아 기동성 있는 개발과 업데이트를 버텨온 게임 서비스가
온전히 나의 책임이 되는데에는 4 개월 정도 걸렸다.
초반 1~3 개월에는 앞이 아니라, 뒤나 옆으로 걷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회사 근처로 큰 맘먹고 이사까지 와버린 후라 바로 되돌리기에는 타격도 컸고 ,
혼자서 나름의 엉성한 서비스로 대학생 시절의 용돈을 충당하고 사수없이 들어간 회사에서 1인분을 하면서
내게는 근거없는 자존심과 자부심이 얼룩져 있었기에
더욱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개발 주기를 가진, 이 신생 회사는 규모는 작았지만, 그만큼 모두가 지쳐있었다.
어설픈 CI / CD , 운영봇 , 급조한 PVP 로직 , 누더기처럼 작고 보잘 것 없이 반복된 리팩토링
그렇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하나씩 무언가 쌓여갔고 ,
극적인 변화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구성원들의 신뢰와 개인적인 몰입감과 성취감은 분명히 누적되었다.
그렇게 정확히 일년이 지난 시점에 , 이 글을 써본다.
살도 좀 뺐고,
문외한 아마츄어가 개발자가 되는데 제물로 바친 간도 이제 거의 다 고쳤다.
시력도 0.1 정도 올랐고 ,
예전에 하고 싶었던 자잘한 것들을 꽤 이루었다.
더 배울 것도 많고, 해보고 싶은 것들도 늘어났다.
지나간 기억들은 흐릿해지니 내삽법으로 대강 이어 맞추고
앞으로의 문제들은 어짜피 모르니까, 외삽법으로 대강 던져본다.
그렇다면 지금은 꽤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가설을 세우고 , 그 가설을 검증한다.
그 가설이 기각된다면, 새로운 가설에 대한 힌트를 얻으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