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환상곡

서론

작은 모바일 게임사에서 CTO를 맡고 있는 라메드입니다.

제가 속한 (주)마그마큐브는 글로벌 100만 다운로드, 10억 매출의 <에고소드> 모바일 게임을 개발했습니다.

시간은 정말 빨라서 회사를 세운 지는 3년 되었습니다.

2020년 3월 즈음에, COVID19 시국이 펼쳐지면서 저희는 재택근무를 도입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 6월인 지금, 재택근무를 전면 폐지하고 현장근무체제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혼란한 시기를 보내며, 실험과 시행착오를 겪었고 이를 공유하고 싶어 글을 남깁니다.

창업이나 조직 운영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마그마큐브>라는 회사를 소개합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서, 회사 소개를 좀 곁들이려 합니다.

회사마다 장단기 목적과 방법론, 특징도 많이 다를테니 마그마큐브는 어떤 회사인지에 대해 전달드리면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마그마큐브는 작은 게임 개발사 입니다. 구성원이 가까스로 5인인 소기업입니다.

저희는 스타트업을 표방하지 않습니다. 스타트업이 투자와 시장 선점으로 빠르고 급격하게 성장하는 기업형태라고 한다면,

100% 자사 매출으로 발생하는 현금흐름으로 생존하고, 최대한 외부 의존성을 제거함으로써 여유와 안정성을 지켜내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국가지원사업이나 외주는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습니다.

비판, 전문성, 상생을 핵심 가치로 삼아 복잡성의 늪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모바일 게임 시장을 항해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대단히 복잡하고 게임 개발의 특성 상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의 접근이 더 강력하고 효율적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구성원들은 게임을 만들고, 게임을 만드는 사람을 만들며, 게임을 만드는 조직을 만든다는 슬로건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특징들 때문에, 빠르게 조직의 구현체를 바꿔나가며 그동안의 장애물들을 헤쳐나갈 수 있었습니다.

전기 재택근무 시기 (2020.3 ~ )

일단은 코로나 시국이 시작되었습니다! 짜잔…!

아직 대부분의 기업이 재택근무로 옮겨가지 않았을 때에, 발빠르게 재택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도 회의를 화상으로 진행하는 시도를 충분히 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9:00 에 아침 회의를 하고, 6:00에 저녁 회의를 하는 식으로 하루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아무래도 당시에는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코로나 확진자의 수에 따라서 원격 근무와 사무실 현장 근무를 번걸아 진행했습니다.

화상 회의는 생각보다 굉장히 피로했고, 재택이라는 환경도 그리 편치 않았고 집중하기 어렵다는 피드백이 많았습니다.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됨에 따라서, 그동안 수기나 구두로 진행했던 업무들을 Github 의 Organization을 활용해서 업무의 성격 별로 저장소를 만들어

이슈 티켓을 만들어 병렬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환경을 급하게 마련했습니다.

노션이나 다른 대안들도 실험해보았지만, 그보다는 Github의 칸반이나 이슈트래킹이 더 사용하기 편하고 자연스럽게 구성원 별로 접근할 수 있는 저장소를 제한하는 식으로

“전문성” 이라는 가치를 구현하기 좋았습니다.

그리고 재택근무가 사실상 강제가 되면서, 따로 재택근무 환경설정을 위한 인센티브를 지급해 구성원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이 때는 업무를 위해서 메일을 혼용했지만, 재택 근무가 장기화됨에 따라서 점점 Github의 저장소와 이슈트래커로 모든 업무가 진행되었습니다.

점차 메일은 급여명세서와 개인과 관련된 내용을 주고받는 데만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후기 재택근무 ( 2020.12 ~ )

이 때부터, 화상회의의 피로함과 저녁 회의의 무의미함에 대해서 논의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화상회의 도구들이 이런 저런 문제들도 일으킨 데다가, 개인의 인터넷 환경도 의존하게 되는 문제점도 발견해 화상회의를 폐지했습니다.

대신에 하루 업무의 결과와 어려움을 매일 정해진 이슈 트래커에 적어서 공유하는 체계를 도입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반드시 같은 시간 업무를 진행해 동기화할 필요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병렬적으로 업무가 가능해진 이상, 당시 생산량을 고려해도 큰 지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유연 근무를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업체들의 소극적인 유연근무 보다, 훨씬 과격한(?) 유연근무제도를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당일에 “로그”를 작성하기만 하면, 당일 성실한 근무를 한 것으로 대체했습니다.

로그는 구체적으로 진행상황, 장애물, 구조요청 등의 항목으로 작성했습니다.

장애물이 나타나면, 다른 구성원들이 관심을 가지고, 구조 요청을 하면 하루 이내로

따로 이슈 트래커를 등록해 해결방안이나 우회방안을 강구했습니다.

예상과는 달리 로그 시스템과 재택+유연 근무는 큰 병목이나 문제점을 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꽤 안정적으로 업무가 진행되고, 업데이트나 패치, 운영 상의 문제도 해결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구성원의 사기가 크게 진작되었습니다. 통근의 스트레스와 자신의 리듬에 맞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다들 좋아했습니다.

재택근무의 종결 (2021.6 ~ )

하지만, 역시나 완벽한 제도는 없는 것인지, 조금씩 재택근무의 문제점도 발생했습니다.

첫번째는 “근로자성”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노동과 관련한 현행법은 시간, 공간, 관리자의 감독하에 있는 것을 “근로자” 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엄밀히, 재택+유연 근무를 하는 구성원들이 사실상 “근로자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로그 시스템의 특성상, 실제 근로 시간보다는 업무 결과의 질적이거나 양적인 특성을 고려하게 되는데,

구성원에서 임원을 제외하면, 일반 직원이 지기에는 과도한 책임을 지게 된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성과나 실적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나 생활리듬이 어지러지는 경우도 흔했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사실을 직접 얼굴에 맞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 … ) 그럼에도, 조직이 직접 체험하는 것은 가치가 있었다고 봅니다.

둘째는, “교육”에 관한 것입니다. 당시 재택근무 상황에서는 신입 교육을 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현장 근무를 통해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훨씬 간편하고 효율이 좋았기 때문에, 일정시간 현장근무를 강제했습니다.

그랬더니, 마치 “재택근무”가 일정 레벨 이후에 겪는 포상처럼 이해되기 시작해서 문제였습니다.

셋째는, 회사의 체계와 절차에 대한 비판이나 관심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이 부분은 정확히 어떻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히 재택근무와 유연근무, 로그 시스템이 돌아가는 6개월 간은 체계를 바꾸지 못했습니다.

회사에게 어떤 불만도, 어떤 의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고통>도 회사를 세우는 데 필요했던 건 아닐까 하는 의심

사실, 위의 언급한 문제들은 지난 주 현장근무를 다시 급하게 진행하고 비교하고 나서야 깨달은 사실들입니다.

절차보다는 효율을, 오랜 고뇌 보다는 기민한 시행착오를 주창했었지만, 인간은 아주 복잡한 시스템임을 망각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문제들은 그렇다 쳐도, 조직의 구현체에 대한 비판적인 사고와 불만이 없다면, 우리 회사의 존재 이유가 흔들리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급하게 지난주 비교(A/B 테스트)를 위한 현장근무를 진행했습니다.

아직도 우리는 실험중입니다.

일단은 지난 주 9~6시 현장근무를 진행한 후에, 주30시간 근무를 도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일 6 시간 근무인 셈인데, 의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통근의 부담을 줄이고, 매일 이 제도의 장점(쾌적한 통근)을 느끼게 한다.
  2. 촉박하고 부족한 업무 시간 동안,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구성원의 역량이 향상되거나 그런 추동이 일어날 것이다.
  3. 한참동안은, 우리보다 큰 회사에서 흉내내지 못할 것이다.
  4. 출퇴근을 하고, 구성원과 직접 만나는 것이 조직의 구현체에 대한 비판과 불만을 야기하는 것이라고 추정한다.

일단은 또 이렇게 지내보고 시행착오를 겪어볼 생각입니다.

중요한 것은 의도

재택근무, 유연근무, 주 30시간 근무 같은 제도는 도구일 뿐입니다.

식칼을 요리에 쓰고 범죄에도 쓸 수 있는 것 처럼, 도구보다는 의지와 의도가 선행하는 것이고 중요합니다.

우리는 작고 강하고 분명한 조직이 되었고, 되려고 하고, 될 것입니다.

또한, 변화의 내용이나 방향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변화의 가능성이라고 봅니다.

앞으로도 팬데믹에 준하는 온갖 사건들이 일어날 것이고, 우리는 유연하고 기민하게 대처할 것입니다.


2021-01-05

오랫만에 글을 씁니다. 현재 (주)마그마큐브가 진행하고 있는 제도들의 기록을 갱신하겠습니다.

재택근무

진행중입니다. 단, 단계적으로 일주일에 재택을 할 수 있는 기간을 늘리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신규 인원분들의 온보딩을 빠르게 돕고, 재택 가능한 일자가 늘어나는 것만으로 일종의 성장감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30근무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대신 근태관리 솔루션을 도입해서 눈치를 덜 보도록 진행중입니다.

당일연차통보제도

역시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참고로 마그마큐브의 정규 인원 연차는 총 25개입니다.

2021 년 하반기를 마치며

2019년 2월에 법인을 세우고, 약 4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설립 당시에 “비판적이고, 전문적이고 , 상생하는 회사”를 만드는 데에는 조직원의 자율성과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자율성에 거는 기대가 컸습니다. 자율을 반대로 뒤집으면 체계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자율성이 약이 되지만, 어떤 경우에는 독이 된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그 후에는 최소한의 문서양식이나 업무체계를 정립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신입 교육에서 명확한 교육 계획과 평가기준은 불안감을 덜고 대상자를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궁극적으로는 최대한의 자율성을 제공해서, 회사 이념을 이루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단계적으로 자율성을 제공하면서, 해당 인원이 혼란스럽지 않게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올해에는 뚜렷한 충원 보다는, 게임 개발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검증해나가는 시간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다양성의 경우에는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신생회사로서 취할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성원의 경력이나 전공 같은 “살아온” 방식보다는, “살아갈” 방식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포트폴리오나 이력서를 요구하지 않고 채용 프로세스를 진행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입니다. 다만,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른 관측자들에게는 무관계해 보이는 길을 택하는 것”과 “자신을 잘 모르기 때문에 ~” 의 두가지 경우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이력에 대해서는 신입 채용에서 고려하지 않을 예정이지만, 포트폴리오는 요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다양성에 대해서 많은 고민들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강하게 다양성을 추구하는 이유는 비판적인 사고의 조직적 기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생각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다르거나 틀릴 수 있고, 다시 말해 사고 주체가 서있는 위치에 따라 관점과 판단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인위적으로 쿼터제를 도입 하는 것에는 회의적입니다. 비용과 효율은 기업에게 상당히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이를 거스르기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편견이 적거나 없는” 방식으로 다양성을 추구해야 합니다.

이걸 읽으실 분이 몇분이나 되실지는 모르지만,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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